등산

3.21 행궁지 - 대성문

PAROM 2026. 3. 22. 07:52

세파에서 벗어나 마음이 안정되어야 하는데, 욕심이 끝을 몰라 벗어나지 못해 몸까지 상하게 한다. 늙어서 참 못된 놈을 만났다. 그냥 그러나보다 하려는데 나쁜 짓을 보면 끓어 오르는 화 때문에 견딜 수 없다. 오늘도 산에 다녀와서 집에 들어오다가 공동현관문에 관리사무실인지에서 입주민을 상대로 겁박하는 공고문을 붙인 것을 본 후 열이 나고 있다. 법에 호소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생각을 해 봐야겠다. 으아~~~ 
 
오늘이 춘분인 줄 알았는데 어제였다. 이제 여섯 달 동안 낮이 더 길다. 오늘은 광화문에서 BTS 공연이 있다고 지하철이 서지 않는다는 알림이 계속 온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사고가 나지 않기를 바란다. 시간여유는 있지만 오늘 하산을 해서 경복궁역으로 가면 안될 것 같다. 김구 선생님이 소원으로 우리나라의 문화강국을 말씀하셨는데 그  바램이 내 생에 이루어져 기쁘다. 
 
금요일에 헬스장에 다녀오면 마음이 편하다. 밀린 숙제를 다 한 기분이고 즐거운 주말을 보낸다는  여유가 살아난다. 은퇴했는데도 오랜 직장생활 습관이 나를 떠나지 않는다. 목욜에 안산에 갔던 아내도 하룻만에 일찍 왔으니 몸과 마음이 다 편하다. 잔소리와 참견만 없으면 더 좋은데. ㅎ~~  
늘 그렇듯 전날 일찍 잠들었다. 두 번째  깨니 날이 지났다. 미국장을 보니 엉망이다. 코스닥도 같이 가니 이러면 월요일이 걱정이다. 욕심 때문에 손을 털지 못하는 내가 밉다. 그냥 털고, 정리하고 세속을 떠나면 좋은데.... 
 
아들이 만들어서 엄마 편에 보낸 샌드위치와 사과를 넣고 배낭을 닫으려니 뭔가 찜찜하다. 옥수수차를 끓여 넣고 아이젠도 넣었다. 아이젠은 지난주에 뺐다가 아쉬웠던 장비인데 오늘도 새벽 기온이 영하이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 갖고 가는 것이 좋겠다. 제 시간에서 조금 뭉기적 거렸는데 많이 늦은 느낌이다. 서둘러 역으로 가다가 80번 버스가 와서 타고 대화역으로 갔는데 지하철이 떠나질 않는다. 이 시간대에 3호선은 살피고 갈 길이다. 한참 걸려서 구파발역에 갔는데 버스도 늦는다. 사람이 많은 704번을 보내고 1분 후에 온 주말버스를 탔는데 앞차들에 막혀서 느림보가 되었다. 평소보다 반 시간 정도 늦게 산에 닿았다.  
 
늦은 것을 만회하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는데 발은 빨라졌다. 앞 차에서 내린 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계곡의 물소리와 새소리는 흐르는 지 지저귀는 지도 모르고 계곡길을 바삐 올랐다. 한참 걷다보니 힘이 든다. 어? 벌써 이러면 안 되는데 큰일났다. 산길은 처음에는 천천히 걸어야 하는데.... 힘을 되찾기 위해 온갖 비책을 동원해 걷지만 힘만 더 든다. 오늘 산에서 고생하게 생겼다. 
 
역사관 앞에 도착하니 등이 흐른 땀으로 흥건하다.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이어폰을 끼고 며칠 전에 새로 내려받은 노래를 틀었다. 로린디엘 '우리는 그밤을'. 참 좋다. 영어 가사도 좋은데 또 받아야겠다. 물 한 모금이 참 시원하다. 앞길을 생각하며 올라가는 이들에 섞여 흐른다. 그런데 오늘 왜 이리 삐걱거리지? 발은 땅을, 돌을 자꾸 걷어 차고 숨은 헐떡거린다. 하루이틀 사이에 체력이 이리 떨어질 수가 있나? 그렇다고 되돌아 내려가고 싶진 않다.  
 
네 발로 옛길에 올라 나월봉을 봤다. 햇볕을 받아 얼굴을 붉히고 있다. 내가 보고 싶은 가 보다. 그러면 오늘은 행궁지를 지나 남장대지로 해서 문수봉으로 가는 거다. 지난주에 정 박사와 같이 갔어야 했는데 아이젠이 없어 그냥 백운계곡을 따라 대남문을 갔었으니 오늘은 벌써 힘이 들지만 엎어지며라도 가는 거다. 작심을 했지만 발은 자꾸 땅을 치며 심술을 부린다. 뭐가 문제지? 이유를 모르겠다.  
 
행궁지를 비껴 돌아오르려다 안으로 들어가서 가로질러 올랐다. 무척(?) 쉽다. 그래도 오르막이다. 행궁지 뒤의 데크 계단을 올라 너른바위에서 잠시 쉬며 숨을 고른 후 여덟 번의 장애물을 지나 바위절벽 앞에 섰다. 지난번에 내려오다 잡은 나무뿌리가 소리를 냈던 곳이라 쉽지 않지만 그 뿌리에 의지해 올랐다. 다행이도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바위벽을 오른 후 뒤로 보이는 삼각산이 멋지다. 오라고 손짓을 하는데 나중에 내 맘이 편할 때 갈 거다. 
 
남장대지능선 아래에 눈얼음이 아직 남아 있다. 힘이 드는데 발조심까지 하려니 고역이다. 그래도 볕이 드는 곳은 깨끗하다. 눈얼음이 녹아 질척거리는 길은 이 시즌에 최악이다. 그냥 걷기만 해도 옷이 흙으로 엉망이 되는데 미끄러져 엎어지거나 자빠지면....  능선에 오르니 기분이 좋다. 이제 다 온 기분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조심해야 하는 돌과 바윗길이다. 경치 좋다고 의상능선 보다가 발을 헛 딛으면.... 깊은 낭떠러지가 반긴다. 
 
상원봉에서 오른쪽 바위를 계속 딛지 않고 왼쪽의 나무를 잡고 흙길로 해서 청수동암문으로 내려 갔다. 여기서 아이젠을 신으려고 했는데 귀찮아서 그냥 문수봉으로 가다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버둥거려야 했다. 제발 귀찮아도 안전장비는 해야한다. 지난주에 이 길로 왔으면 일주일 동안 얼음이 많이 녹았는데도 이러니 고생을 조금 많이 했을 듯했다. 오르는 얼음길의 끝은 문수봉 아래다. 버벅대는 젊은이들을 피해 오늘의 정상 문수봉에 올랐다. 사람들이 많다. 늦은데다가 시간도 많이 걸렸다. 처음 문수봉에 오른 젊은이들에게 삼각산을 배경으로 찍으면 괜찮다고 하고 대남문으로 내려왔다. 그냥 내려가려다 한동안 가지 않았던 성곽길로 해서 대성문으로 내려갔다. 성문 앞 벤치에서 점심을 먹으려다 뜨거운 차 한 잔으로 대체하고 백운동계곡으로 하산.  
 
오늘은 거의 열렸던 대성암의 철문이 닫혀 있다. 아쉽다. 암자를 보면 몸이 따스했었는데.... 이제 내려가는 길엔 볼 것도 느낄 것도 없다. 아주 없는 게 아니지만 긴 내리막길에 부대끼는 무릎이 안타깝다. 그냥 '뽕'하고 버스정거장에 갔으면 좋겠다. 희망은 그냥 희망이니 현실로 돌아와 뒤뚱거리며 십 리가 한참 넘는 길을 내려왔다. 그 길 중간에 서린 나와 친구들의 사연을 곱씹으면서.... 
 
오늘도 점심은 용학사 아래의 볕이 짱짱한 개울가에서 하는데 등산객이 많아서 그런지 근처로 모여드는 이들이 있다. 일어서서 오늘 찍으려고 했던 생강나무꽃을 찾아 내려오는데 역사관을 지나 계곡길을 거의 다 내려오는데도 보이지 않는다. 아침에 오를 때 분명히 봤는데.... 그 꽃은 거의 다 내려간 곳의 볕이 많이 드는 길에서 멀리 떨어진 물가에 있었다.  
 
이제 잎이 많이 돋은 나무와 잔뜩 싹을 웅크린 진달래와 개나리, 이름 모르는 나무들이 봄맞이를 끝내고 우리를 맞을 준비를 마쳤다. 이제 다음주면 뭔가 분명히 볼 수 있겠다. ㅎ~~ 
 
집에 오는데 열차 연결이 엉망이 되어 늦게 왔다. 산 밑에서 살면 좋겠다. 진작에 준비했어야 했는데.... ㅎ~~

 

 

오늘의 등산복장. 아직은 아침에 추워서 옷이 두껍다.

 

춘분이 지나니 해가 높아져 폭포에 볕이 들었다.

 

중성문 아래 계곡을 눈 녹은 물이 채웠다.

 

나월봉이 반갑다. 오늘은 저 봉우리를 내려다 볼 계획이다.

 

산영루 아래 계곡은 얼음이 채웠다.

 

산영루 옆의 와폭도 얼음이 가득하다.

 

행궁지 아래의 y계곡에 얼음이 가득하다.

 

발굴 복원 중인 행궁지

 

이 절벽은 나무뿌리를 잡고 올라야 한다.

 

위 절벽을 넘으면 경사가 급한 흙길이 나온다. 아직 눈이 그대로다.

 

능선 아래 바위를 넘고 난 후 삼각산을 배경으로

 

남장대지능선의 나무들 사이로 나월봉이 내려다 보였다

 

주능선의 칼바위

 

진달래 봉우리를 찍었는데 핀트가 맞지 않았다.

 

능선길에 눈이 남아 있다.

 

남장대지 나무들 사이로 나월봉이 내려다 보인다.

 

의상능선. 구름인지 스모그인지 때문에 먼 곳이 보이지 않는다.

 

의상능선

 

상원봉에서 보는 삼각산

 

상원봉의 이정표

 

청수동암문

 

청수동암문

 

문수봉에서 보는 삼각산

 

구기동계곡

 

대남문 지붕아래에서 보는 서울. 안 보인다.

 

대성문으로 가는 성곽길은 얼음판이었다.

 

대성문

 

대성암의 철문이 굳게 닫혔다.

 

금위영이건기비 앞길

 

경리청상창지 앞길

 

역사관 앞

 

길가의 생강나무 꽃봉우리

 

 

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