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0일에 행궁지에서 대피소로 걷고 처음 이길을 걸었다. 4시간 반이 조금 덜 걸렸는데 힘들어 죽겠다.
대통령 선거로 정국이 시끄럽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됐으면 좋겠는데 거지 같은 상대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 짜증난다. 여야의 대표 후보들 모두 문제가 있는데 내가 지지하는 좋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
2022년이 실감이 나지 않지만 벌써 두번째 토요일이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싫다. 코로나 때문에 하고 싶은 일도 못하며 시간을 보내니 더 싫다. 이 와중에 꾸준히 하는 일 두 가지 중 하나가 산에 오는 일이다. 하나는 헬스장 가는 일이고. 아, 또 하나 더 있다. 하루 걸러 막걸리 마시는 일. ㅎ~~
아내가 산에 점심으로 뭘 가져갈 거냐고 묻는다. 컵라면. 얼마전에 사다 둔 유부컵라면 작은 것이 있다. 그것을 가져가겠다고 했다. 과일은? 추워서 싫고 뜨거운 물은 큰 보온병에 채워 가겠다고 했다.
일기예보에서 보니 오전엔 영하 7도지만 낮엔 영상으로 오른단다. 그럼 두텁게 입고 갔다가 하나씩 벗어 배낭에 넣으면 된다. 손가락, 발가락, 귀 시려운 것이 싫어서 핫팩도 하나 뜯어 주머니에 넣고 나섰다. 그런데 어제 보다 춥지 않다. 다행이다. 조금 늦게 준비한 바람에 탄현역에서 8시 6분 차를 탔다.
주말버스가 빈자리가 많이 있는 채로 산으로 왔다. 산으로 가는 길에 등산객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9시가 넘어 기온이 올랐는지 옷이 갑갑하게 느껴져 겉옷을 벗어 넣고 계곡으로 들어갔다. 계곡은 이제 한겨울이다. 얼음이 물 위를 다 덮었다. 지난주에 많이 보였던 숨구멍이 별로 없다. 그래도 개울물은 얼음바닥을 치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 귀에 낀 블루투스에서 나오는 소리를 시끄럽게 만든다. 이런 재미에 추워도 산에 오는 거다.
지난주에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오르는 길이 힘들다. 우쒸, 한 살 먹지 않을 껄. 떡국도 먹지 말껄.
역사관에 닿으니 땀이 잔뜩 나 모자가 다 젖었다. 혹시나 해서 가져온 얇은 모자와 장갑으로 바꿨다. 스틱은 더 올라가서 펴기로 하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내려오는 이들이 있다. 참 부지런한 이들이다. 나도 첫차로 산에 올까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다. 헬스장 문 여는 것으로 만족하자.
한동안 걷지 못한 아니 안 한 길을 걷자 생각하고 행궁지로 향했다. 인적이 없는 길이지만 길에 깔린 낙엽은 만신창이라 선명하게 갈 길을 보여주고 있다. 백운동 옛길에서 편 스틱에 의지해 숨을 몰아쉬며 남장대지능선에 올랐다. 가끔씩 지나치는 산객들이 정신을 깨워준다.
미세먼지가 나쁨이라고 했는데 역시나 의상능선 너머 내가 사는 동네가 뿌옇다. 여기 올 때마다 구름인지에 가려 보이지 않던 곳을 흐리게 나마 보게 되니 반가웠다.
의상능선과 만나는 상원봉부터 산객들이 많다. 문수봉에서는 표지석 앞에서 줄서서 기다린다. 내게만 그렇겠지만 참 별 일이다. 문수봉에서 대남문으로 내려간 후에 성곽을 따라 오르는 길은 숨을 몰아쉬게 한다. 짧지만 급한 길이라 가끔은 아래 길로 돌아가고 싶다.
정오 전이지만 대성문 마루에 앉아 배낭을 벗고 컵라면을 꺼냈다. 뜨거운 물이 있으니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 카누 한 개를 뜯어 시에라컵에 넣고 물을 부었다. 향긋한 커피향을 느끼며 컵라면에 물을 붓고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여유롭게 커피향을 음미했다. 대성문으로 오르는 이들을 불쌍한 듯이 바라보면서....
유부컵라면을 몇 개 더 사야겠다. 아니면 튀김우동컵라면이나.
발이 자꾸 돌뿌리를 걷어차는 바람에 보국문에서 내려가려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더 걷자 하고 대동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걸음이 대피소까지 갔다. 계곡물이 흐르던 곳은 이제 얼음으로 가득했다. 봄까지 이런 모습일 것이다.
내려오면서 문뜩 생각하니 힘이 많이 들어 헤맨 기억뿐이다. 5시간을 넘지 않기 위해 대피소 부터 걸음을 빨리 했다. 스틱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낙엽을 밟고 여러번 미끄러졌는데.... 그리고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계곡길을 잡았다. 내려와서 보니 4.28 걸렸다. 그럼 빨리 걸은 건데. 뭐지 이건?
이제 집으로 가서 샤워하고 시원한 놈 한 병 비워야지? 이맛을 빼면 안 되지. ㅋㅋㅋ
산으로 가자. 단단히 입고.
서암사 천막 굴뚝에서 장작불 지피는 연기가 난다. 옛기억이 떠오르는 구수한 냄새.
계곡엔 얼음이 다 덮었다. 물은 얼음장 밑에서 흘렀다.
중성문
남장대지능선 바로 아래에서 본 주능선. 저 건너 불암산이 먼지에 가렸다.
능선에 올랐다. 이제 쉬운 길만 남았다.
남장대지능선 끝의 이 길도 참 편하고 부드러운 길이다.
주능선의 대성문이 입을 벌리고 있다. 곧 갈테니 기다려라 .
의상능선이 아래에 있다.
의상능선 너머 보이는 고양시. 미세먼지 때문에 흐리지만 분간은 할 수 있었다.
상원봉 바로 아래에서 본 삼각산.
청수동암문과 상원봉
비봉능선도 오랫만에 보였다.
구기동계곡도 비교적 잘 보였다.
문수봉 증명사진
대남문. 앞의 지지 않은 잎 때문에 가을 분위기가 난다.
저 바윗길을 처음 내려올 때 겁을 많이 먹었는데 이제는 난간 밖으로 다닌다.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위 사진의 바윗길 위에서 돌아본 풍경이다.문수봉부터 성곽을 따라 걸어온 길이 펼쳐져 있다.
남쪽 전망대에서 본 모습. 형제봉, 백악, 인왕이 차례로 보인다.
남장대지능선과 주능선의걸어온 길이 그대로 다 보인다.
남쪽전망대로 오르기 전에 보이는 삼각산. 이곳의 모습이 참 좋다.
북쪽전망대와 삼각산
칼바위와 형제봉
대동문
동장대
북한산대피소. 이곳에서 쉬지 않고 그냥 지나쳤는데 아쉽긴 했다.
대피소로 오르는 계곡이 징검다리가 묻힐 정도로 꽁꽁 얼었다.
북한동역사관과 앞 광장. 역시 쉬지 않고 그냥 내려왔다.
4시간 28분만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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