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에서 배고픔을 느낀 적이 거의 없었는데 하산 중에 갑자기 허기가 몰려와 당혹했던 날이었다.
요즘 기온이 아침마다 영하 11도를 찍고 있다. 삼한사온이란 말도 이젠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예전과 사뭇 달라진 날씨지만 살다보니 이런 기온 변화에도 적응이 되었다.
겨울 들어 배낭에 넣어 다니는 물품이 극히 제한되었는데 체력을 감안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750미리 보온병에 담은 온수와 컵라면, 작은 물병 하나만 새로 넣고 배낭을 닫는다.
여느때처럼 탄현역에서 7시 48분에 출발하는 전철을 타고 산으로 갔다. 이 시간에는 전철과 버스 모두 승객이 적어서 좋다. 더불어 산도 붐비지 않는다.
계곡으로 들어가며 이어폰을 끼려다가 말았다. 어떤 새인지가 지저기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멈춘 길에 새가 노래하는 것을 들으며 산에 오는 이유 하나를 더 찾았다. 그러고보니 이번 겨울엔 아이젠을 아직 제대로 쓰지 않았다. 눈 덮힌 하얀, 푹신한 길을 걷고 싶다.
아주 오랫만에 핸더슨자켓을 입었다. 아침엔 춥지만 낮엔 영상으로 오른다는 일기예보 때문이었다. 9시 전에 계곡에 들어 조금 걸으니 곧 몸에 열이 난다. 첫 계단을 오르기 전에 켑자켓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기온이 오를 것이라 그런지 손발 모두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눈이 오지 않아 계곡물이 줄었고 흐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조금씩 흐르는 물도 얼음장 밑에서 찰랑댈 뿐이다. 가끔씩 보이는 숨구멍이 물이 흐르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얼음의 두께가 두껍다. 나이를 더 먹어서 그런지 발걸음이 무거워짐을 느낀다. 길게 이어지는 계단이 없으면 좋겠다.
이젠 늘 역사관 앞 의자에서 쉬었다 가는 것이 의식처럼 되었다. 물 한모금을 마시며 의지를 다지고 갈 길을 그려본다. 오늘은 지난번과 반대로 걷다가 내려오기로 한다. 새로 꺼내 낀 마스크가 끈이 작은지 귀가 아프다. 숨쉬기 편한 것으로 할 걸 잘못했다.
거의 마스크를 벗고 올랐다. 하산하는 이들과 마주칠 때만 턱스크에서 올렸다. 어서 벗어 버리고 싶다. 중흥사 앞 계곡을 건너 대피소로 향했다. 태고사 앞을 오르는 길보다 덜 가파라서 가끔 이용하는 길이다.
대피소 아래에서 전화를 받았다. 눈비돌이 보국문 7백 미터 아래 쉼터에 있단다. 나는 보국문까지 2키로가 넘게 남았다.
대피소에 들리지 않고 바로 대동문으로 향하는데 여산객이 휙 지나간다. 핸드폰에 정신이 팔렸다가 따라잡으려 하는데 좀체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해가 바뀌며 체력이 더 저질이 되었나보다. 하긴 요사이 헬스장에서도 힘이 부쳐 늘 들던 무게를 줄일까 고민을 자주했다.
보국문 앞에서 쉬고 있던 눈비돌을 만나 잠시 숨을 돌린 후 대성문으로 향했다. 쉬면서 점심을 먹으려 했으나 들꽃에서 먹기로 하고 바로 내려왔다. 대남문이 바로 옆인데 들리지 않은 아쉬움이 크게 느껴졌다. 하긴 거기로 가면 또 문수봉에 갈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남장대지능선으로 향할 것이다. 북한동으로 내려오는 길에서 허기를 느꼈다. 쵸코렛이나 사탕을 꺼내 먹으려다 귀찮아서 그냥 걸었다.
대성문에서 북한동 계곡입구까지 표지판 상 5.2키로다. 오늘도 걸으며 느낀 것이 참 지루하다는 것. 다음부턴 하산길을 짧은 곳으로 하면 좋겠다. 그래도 오늘은 눈비돌을 만나 각자 다른 곳에 있는 조은네님, 단풍과 통화도 했다. 곧 만날 산친구들과의 새해 첫 인사였다. 모두들 올해도 즐겁게 산에 다니길 바랐다.
요즘 기온이 아침마다 영하 11도를 찍고 있다. 삼한사온이란 말도 이젠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예전과 사뭇 달라진 날씨지만 살다보니 이런 기온 변화에도 적응이 되었다.
겨울 들어 배낭에 넣어 다니는 물품이 극히 제한되었는데 체력을 감안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750미리 보온병에 담은 온수와 컵라면, 작은 물병 하나만 새로 넣고 배낭을 닫는다.
여느때처럼 탄현역에서 7시 48분에 출발하는 전철을 타고 산으로 갔다. 이 시간에는 전철과 버스 모두 승객이 적어서 좋다. 더불어 산도 붐비지 않는다.
계곡으로 들어가며 이어폰을 끼려다가 말았다. 어떤 새인지가 지저기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멈춘 길에 새가 노래하는 것을 들으며 산에 오는 이유 하나를 더 찾았다. 그러고보니 이번 겨울엔 아이젠을 아직 제대로 쓰지 않았다. 눈 덮힌 하얀, 푹신한 길을 걷고 싶다.
아주 오랫만에 핸더슨자켓을 입었다. 아침엔 춥지만 낮엔 영상으로 오른다는 일기예보 때문이었다. 9시 전에 계곡에 들어 조금 걸으니 곧 몸에 열이 난다. 첫 계단을 오르기 전에 켑자켓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기온이 오를 것이라 그런지 손발 모두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눈이 오지 않아 계곡물이 줄었고 흐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조금씩 흐르는 물도 얼음장 밑에서 찰랑댈 뿐이다. 가끔씩 보이는 숨구멍이 물이 흐르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얼음의 두께가 두껍다. 나이를 더 먹어서 그런지 발걸음이 무거워짐을 느낀다. 길게 이어지는 계단이 없으면 좋겠다.
이젠 늘 역사관 앞 의자에서 쉬었다 가는 것이 의식처럼 되었다. 물 한모금을 마시며 의지를 다지고 갈 길을 그려본다. 오늘은 지난번과 반대로 걷다가 내려오기로 한다. 새로 꺼내 낀 마스크가 끈이 작은지 귀가 아프다. 숨쉬기 편한 것으로 할 걸 잘못했다.
거의 마스크를 벗고 올랐다. 하산하는 이들과 마주칠 때만 턱스크에서 올렸다. 어서 벗어 버리고 싶다. 중흥사 앞 계곡을 건너 대피소로 향했다. 태고사 앞을 오르는 길보다 덜 가파라서 가끔 이용하는 길이다.
대피소 아래에서 전화를 받았다. 눈비돌이 보국문 7백 미터 아래 쉼터에 있단다. 나는 보국문까지 2키로가 넘게 남았다.
대피소에 들리지 않고 바로 대동문으로 향하는데 여산객이 휙 지나간다. 핸드폰에 정신이 팔렸다가 따라잡으려 하는데 좀체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해가 바뀌며 체력이 더 저질이 되었나보다. 하긴 요사이 헬스장에서도 힘이 부쳐 늘 들던 무게를 줄일까 고민을 자주했다.
보국문 앞에서 쉬고 있던 눈비돌을 만나 잠시 숨을 돌린 후 대성문으로 향했다. 쉬면서 점심을 먹으려 했으나 들꽃에서 먹기로 하고 바로 내려왔다. 대남문이 바로 옆인데 들리지 않은 아쉬움이 크게 느껴졌다. 하긴 거기로 가면 또 문수봉에 갈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남장대지능선으로 향할 것이다. 북한동으로 내려오는 길에서 허기를 느꼈다. 쵸코렛이나 사탕을 꺼내 먹으려다 귀찮아서 그냥 걸었다.
대성문에서 북한동 계곡입구까지 표지판 상 5.2키로다. 오늘도 걸으며 느낀 것이 참 지루하다는 것. 다음부턴 하산길을 짧은 곳으로 하면 좋겠다. 그래도 오늘은 눈비돌을 만나 각자 다른 곳에 있는 조은네님, 단풍과 통화도 했다. 곧 만날 산친구들과의 새해 첫 인사였다. 모두들 올해도 즐겁게 산에 다니길 바랐다.
계곡 바위 사이에 숨구멍이 뚫려 얼음 밑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계곡 폭포도 꽝꽝 얼었다.
역사관 앞에서 물 한모금 마시고 숨을 고른다.
산영루
산영루 앞 계곡의 누운 폭포의 얼음이 두터워졌다.
대피소로 오르는 길의 물 건너는 징검다리 위쪽이 얼음에 덮였다.
대피소. 오늘은 그냥 통과다.
동장대.
대동문
칼바위 앞으로 보으는 형제봉과 백악, 인왕, 남산타워도 보인다.
증명사진 한 장 찍고
보국문으로 가는 길
보국문에서 눈비돌을 만나 대성문으로 향했다. 북쪽전망대 앞에서 친구들에게 보낼 증명사진 한 장 찍고....
전망대 봉우리에서 본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 앞의 성곽길을 따라 대성문으로 가는 중이다.
남쪽전망대에서 본 서울시내
이 쇠난간길을 지나 봉우리 두 개를 더 넘어야 대성문이 있다.
오늘의 목적지 대성문. 문수봉이 보이고 앞산을 돌면 대남문인데....
내려가는 길.
다 왔다.
이 파전 참 맛있다.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 대피소 - 보국문 (0) | 2022.02.06 |
---|---|
1.29 행궁지 - 대피소 (0) | 2022.01.30 |
1. 8 행궁지 - 대피소 (0) | 2022.01.09 |
2022.1.1 보국문 - 대피소, 눈비돌 (0) | 2022.01.02 |
12.25 대성문 - 보국문 (0) | 2021.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