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1.29 행궁지 - 대피소

PAROM 2022. 1. 30. 15:33

지난주에 산에 오지 않았다고 힘이 이리 많이 든 것인지, 세월을 이기지 못해 그런 것인지 오늘 거의 5시간이나 산길을 걸었다. 한창 때는 4시간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설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나이 먹는 것이 싫어 시간에게 오지 말라고 해도 꾸역꾸역 잘도 온다. 이번 설엔 나갈 세뱃돈이 훨씬 많을 것이다. 부업을 하던가 해야지 연금만 갖고는 힘겹다. 그래도 사학연금과 국민연금이 쬐끔 인상되어 막걸리 값이 된다. 
 
지난 주말엔 날이 푹 했는데 오늘 새벽엔 영하 8도였다. 그러면 바람부는 남장대지능선은 체감온도가 영하 15도 이상일 것이다. 단단히 입어야겠다.  
 
아내가 컵라면을 가져갈 지, 샌드위치를 만들어 가져갈 지 묻는다. 추운데 따뜻한 컵라면이 좋지 않냐고 하기에 "빵"했다. 물은 어차피 끓이는 건데 계란 부치고 빵 굽고 양배추 자르고 쨈 바르는 일이 추가되었다. 그냥 컵라면을 가져갈 걸 그랬나? 은근히 미안하다. 
 
지난주에 산에 오지 않은 벌을 받았는지 등산화를 신었는데 배가 살살 아프다. 신을 신은 채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오니 전철 시간이 8분 남았다. 집을 나와 부지런히 뛰어 역에 가니 2분이 남았는데 전철은 3정거장 앞에 있다. 시간표를 다시 확인해도 7시 38분 차가 맞는데.... 괜히 죽어라 뛰었다. 대곡역에 내리니 오금행 지하철이 백석에서 출발했다. 또 뛰었다. 승강장에 가니 열차가 막 도착했다. 아침부터 참 많이 뛰었다. 헬스장에서 보다 땀을 더 흘렸다. 
 
평소 보다 앞 열차를 탔으니 산에도 일찍 왔다. 산으로 오는 버스에서 이어폰을 끼었더니 물소리,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근데 노래 분위기가 슬프다. 잘못했지만 귀찮아 그대로 계곡을 올랐다. 지난주에 푹한 날이 있었어서 그런지 얼음에 숨구멍이 많이 보였다. 그런데 얼음은 2주 전보다 더 두꺼워졌다. 추운데도 자켓주머니에 찌른 손에 땀이 났다.  
 
역사관앞에서 켑자켓을 벗어 배낭에 넣고 티와 핸더슨자켓 차림으로 올랐다. 스틱은 펴지 않았다. 내려오는 산객들이 거의 없다. 앞 열차를 탄 차이가 확실하다.
심심하다. 걷는 재미는 없고 힘만 잔뜩 든다. 보국문에 갔다가 그냥 내려와? 대성문에서 평창동으로 내려갈까? 그래도 10키로는 걸어야지. 일단 행궁지로 가서 남장대지능선을 넘고 보자. 지난주에 오지 않았으니 그걸 벌충해야 한다. 
 
행궁지에 닿으니 문이 열려 있다. 전엔 행궁지 안을 지나 계곡이나 능선으로 갔다. 몇년만에 가보고 싶은 생각에 옛길을 추억해 걸어 들어갔다. 훨씬 가깝고 덜 힘들다. 나무계단들을 지나 절벽으로 가니 눈이 덮였다. 외길인데 어쩔 수 없이 네 발을 써야 한다. 나무뿌리에 의지해 겨우 올랐다.  뒷길로 갈 걸 하는 후회도 늦었다. 
 
남장대지능선에 오르니 바람이 분다. 엄청 차가운 바람이다. 해발 700의 바람골이니 각오는 했지만 콧물이 나온다. 부지런히 걸어 이 길을 어서 벗어나야 한다. 찬바람 덕인지 내가 사는 동네가 의상능선 너머 흐리게 보였다. 오랫만에 보인 동네가 반갑다.
상원봉에서 청수동암문으로 내려가는 길은 눈이 없어 좋았지만 그 다음은 보국문까지 눈과 얼음이 혼재해 있어 내리막에 두어 번 미끌했다. 스틱을 펼 걸 귀찮아 하지 않았다가 넘어질 뻔 했다. 
 
대성문에서 계곡으로 내려가려다 성곽을 따라 계속 걸었다. 그런데 다리에 힘이 많이 빠져 다른 이들에게 추월 당하기 일쑤였다. 대동문에서 내려가려다 1.3키로만 더 가면 대피소란 생각에 더딘 걸음을 계속 성곽길에 두었다. 그리고 힘겹게 닿은 대피소에서 배낭을 벗고 세 시간 넘게 만에 엉덩이를 바닥에 대었다. 추위와  허기, 목마름에 꺼낸 녹차와 샌드위치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배낭 옆주머니에 넣은 물은 문수봉에서 얼은 것을 봤기에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맞아, 오늘은 흔들린 물도 얼은 날이었다. 
 
옆자리에서 떠들며 식사 중인 국립공원자원봉사자들을 부러운 눈으로 다시 보고 계곡으로 내려오는데 다리가 풀렸는지 자꾸 낙엽을 밟고 미끄러졌다. 큰 길로 내려와 혹시 아는 얼굴이 있나 봤지만 없었다. 지루한 내리막이 계속 되었고 역사관에서 잠시 쉰 후 계곡길로  내려와 오늘 산행을 마무리했다.  오늘 참 힘들게 걸었다. 왜 그랬지?

 

며칠 낮에 영상이었다고 계곡 얼음에 구멍이 많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추웠다.

계곡폭포의 얼음은 더 두꺼워졌다.

백운대 갈림길. 원효봉이 낮게 보인다.

중성문 아래 계곡의 얼음위에 눈이 쌓였다.

산영루가 보이는 풍경

산영루 앞 와폭의 얼음도 무척 두꺼워졌다.

이 바위를 타고 넘어야 남장대지능선 끝에 오를 수 있다.

앞 사진의 바위를 오르면 보이는 삼각산

남장대지 앞에서 본 의상능선과 고양시. 저 멀리 내가 사는 동네가 보였다.

상원봉 10미터 전에서 본 의상과 지축차량기지

앞 사진을 찍은 곳은 의상능선의 봉우리들과 원효봉, 염초봉, 삼각산, 노적봉이 한 눈에 들어오는 멋진 곳이다.

앞 사진을 찍은 곳에서

청수동암문을 지나 문수봉으로 가다가 구파발이 보이는 곳에서.

구기동계곡이 비교적 맑게 보인다. 더불어 서울시내도....

문수봉 증명사진

이 사진에 보이는 능선 모두를 다 걸어왔다.

남쪽전망대에서 보이는 서울

북쪽전망대

칼바위와 형제봉

대동문. 여기서 점심을 먹으려 했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그냥 통과했다.

북한산 대피소. 저 지붕 아래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배낭을 벗었다.

대피소 가는 갈림길의 징검다리가 얼음에 점령 당했다.

북한동역사관

무사히 다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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