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6.5 불광역 - 사모바위 - 구기동. 딸과

PAROM 2022. 6. 6. 07:30

다니고 있는 더엠휘트니스가 6월6일까지 6일간 기구 추가 설치공사로 휴관을 하니 몸이 편하긴 한데 근질거린다. 6.1일의 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인사들이 대거 떨어져 편치 않은데다 다음날은 누군가 밭에 허가없이 복토를 했다고 진정을 해서 안산시청에 다녀와야 했고 6.3일에 받은 위내시경검사에서는 위의 상태가 나빠 오랫동안 검사하고 조직채취하는 통에 고생을 심하게 해서 머리가 지끈 거렸다. 그리고 6.4일은 생일이라고 식구들이 집에 다 모였다. 아내는 힘들어 하지만 난 손주들 보는 게 참 좋다. 
 
일요일 새벽. 조용히 일어나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집을 나섰다. 자고 있는 아들식구들은 낮이 되면 안산으로 갈 것이다. 아내가 막내손주를 안고 나와 마중을 했다. 딸과 약속한 열차를 타고 불광역에서 내렸다. 내 배낭엔 물과 얼음 한 병, 과일 한 통이 전부다. 아롬이가 샌드위치를 내 것까지 만들어 오겠다고 해서 짐이 줄었다. 
 
장미공원으로 가서 둘레길을 따라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하는 길이 계단이다. 이 계단이 거의 능선까지 길게 이어진다. 힘이 부치고 땀이 많이 났다. 어제 마신 40도 짜리 "한비 쌀소주" 때문에 더 힘들다. 등산 전날은 금주하기로 했는데 어젠 생일이라고 마신 것이 독이 되었다. 아롬이는 처음 걷는 길이라고 하는데 앞에서 잘 걷는다. 
 
능선에 올랐는데도 바람이 없다. 더운데다 볕까지 쨍쨍하니 더 힘이 든다. 그래도 일단 능선 위에 오르니 둘레길에서는 가파른 길은 없다. 심학산을 걷는 것 같단다. 그래 여기까지만 그렇단다.
자하문터널 위를 지나는 탕춘대성곽을 따라 가다가 향림당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절터로 향하는 가파른 바윗길로 내려가는데 다친 발목 때문에 많이 불편한 지 뒤쳐진다.
산길 중간중간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비봉과 탁 트인 시내전경이 참 보기 좋다. 이길은 조금은 험한 바윗길이기 때문에 백내장으로 시력이 나빠지고 부터는 거의 오지 않는 길이 되었다. 
 
땀을 흠뻑 흘리고 힘들게 도착한 절터에서 배낭을 내리고 쉬었다. 오랫만에 온 길에서 고생을 했다. 역시 산에 오기 전날은 알콜 흡수 금지가 답이다. 다리가 내맘대로 따라오질 않으니 어쩔 수 없다. 힘이 들어 짧게 걷고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절터에서 비봉능선으로 오르는 길도 무척 버거웠다. 전엔 쉬지 않고 문수봉까지 올랐는데 두 번이나 쉬며 비봉능선에 가까스로 올랐다. 그리고 사모바위 앞 응봉능선 쪽 나무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개들이 모여들어 먹는 것을 빤히 쳐다본다. 개와 고양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지 말라고 하는 플래카드가 있음에도 먹이를 주는 이들이 있으니 산에서 새끼까지 낳고 사는 것이다. 오늘도 고기를 주는 이를 보았는데 말리고 싶었다. 
 
사모바위에서 빤히 보이는 승가봉이나 삼천사로 내려가려다 승가사에서 구기동으로 내려가는 찻길이 생각났다. 험한 내리막길을 싫어하는 녀석을 위해, 많은 산길을 알려줄 필요가 있고 나도 쉽게 내려가고 싶어서 되돌아 와 승가사로 내려섰다. 그리고 시멘트로 포장된 산길을 걸어 구기동으로 내려와 버스를 타고 불광역으로.... 
 
오늘은 아무 생각없이 의무감 때문인 듯 흐느적대며 걸었다. 산에서 이러면 위험한데. 다음엔  어느 길을 걸을까?

 

 

작은 손주가 배웅을 나왔다.

이 겉옷은 더워서 역에서 바로 벗었다.

둘레길의 전망대. 향로봉, 비봉, 승가봉, 문수봉이 보인다.

탕춘대성 암문

절터로 가려면 이런 곳을 몇 번 지나야 한다.

길 중간중간에 이런 풍광이 열린다

힘들게 비봉능선에 올라 향로봉과 병풍바위가 보이는 바위위에 섰다.

사모바위에 도착해 뒤를 돌아봤다.

사모바위

러시아대사관 앞을 지나 버스정거장으로 간다.

절터에서 만난 분의 추천으로 불광역에서 낚지복음을 먹었는데 친구들에게 추천하기엔 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