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랫만에 대동문으로 주능선에 올랐다. 그리고 싸리꽃이 핀 성곽길을 따라 봉우리 몇 개를 넘어 문수봉, 상원봉을 찍고 행궁지로 내려왔다. 잊을 만큼 오랫만에 걸어서 그런지 지금 쉬고 있는데도 힘이 많이 든다.
주능선을 걸은 기억이 꽤 오래됐다. 아롬이와 부왕동암문을 넘었고, 어설프게 주능선에 올랐었고, 사모바위를 갔었고 지난주는 상가 관리단집회가 있어서 못 왔으니 최소 5주만에 걸었는데 행궁지에서 대피소로는 자주 걸었어도 반대 방향으로 12키로 넘게 걸은 것은 몇 달 되지 않았나 싶다.
새벽에 잠이 깨어 일기예보를 보니 밤 늦게나 비가 온다고 돼있다. 다행이다. 얼른 다녀와야 겠다. 장마철이니 비 맞을 각오는 했지만 그래도 안 맞는 것이 낫긴하다. 아내는 5시부터 일어나 부엌에서 부시럭 거리고 있다. 세수를 하고 가 보니 내 점심샌드위치에 넣을 것들을 만들어 놓았다. 늘 고마운데 난 늘 다른 일들로 불만이다. 문제다.
요즘은 습도가 높아 조금만 힘들어도 땀이 난다. 등산을 하면 더 많이 난다. 이런 계절엔 옷을 어찌 입어야 하나? 반바지나 반팔은 절대 안 된다. 달포 전에 무엇에 물렸는지 옮았는지 왼쪽 팔 등쪽에 열 곳 이상 부어 올라 고생을 했었다. 고로 난 산엔 절대 반팔, 반바지 금지다.
얼마전에 새로 산 클라터뮤젠 티가 가슴은 맞는데 팔이 좁다. 바지도 허벅지가 좁아 안 샀는데 그들과 난 체형이 다른가 보다. 그래도 어쩌냐 입어서 닳게 해야지. 아까비.
다른 때 보다 일찍 나와 앞 열차를 타려고 했는데 시간표를 잘못 알아 1분 차이로 놓쳤다. 그래서 21분 후에 전과 같은 시간의 열차를 탔는데 만원이라 서서 대곡까지....
시절이 하수상해서 그런지 예전과 달리 젊은이들이 염치가 없어진 것 같다. 남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는 이들이 많이 눈에 띈다. 젊은 남자가 임산부 석에 앉는 것을 보고 열불이 나지만 이젠 그러려니 한다. 차라리 없애면 안 되나? 예전엔 호통을 치고 완력으로 제지했는데, 늙었다.
북한산산성입구에 오랫만에 내렸다. 주말버스도 오랫만에 탔고. 장마철이라 비가 주중에 여러번 내렸으니 계곡에 물소리가 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많이 가물었어서 그런지 계곡을 겨우 적시고 흐르고 있다. 숲은 울창한데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물론 물소리도 없다. 초입부터 숨을 몰아 쉬고 땀을 흠뻑 흘리며 걸었다. 허리가 아프지 않은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힘이 들면 늘 하는 걸음 수를 세며 역사관 앞으로 갔다.
오늘은 새로 산 브리즈25 배낭과 레키4단 스틱을 처음 가지고 왔다. 배낭은 몸에 익지 않아서 그런지 조금 불편하다. 주머니가 적고 사이즈도 멘티스26에 비해 너무 작다. 어쩌냐? 그냥 잘 써야지. 역사관 앞에서 스틱을 펴고 115센티에 맞췄는데 길게 느껴진다. 3단 스틱에선 딱 맞았는데. 다시 맞추기도 귀찮아 들고 대피소삼거리까지 갔다. 그 윗길은 돌맹이들이 많아 스틱을 짚어야 했다.
그런데 오늘은 어디로 가지?
행궁지로 가서 돌기엔 조금 식상하고, 힘이 드니 짧게 걷고 싶다. 행궁지갈림길을 그냥 지나쳤다. 그러다 번쩍. 그래 오랫만에 대동문으로 올라가 보자. 길도 편하니 백내장 걱정을 덜 해도 된다. 대동문 가는 길이 쉬운 줄 알고 죽어라 오르는데 바닥이 돌멩이 투성이다. 애꿋은 돌멩이만 저절로 발부리에 채인다. 우쒸, 딸이 사준 거의 새 등산환데....
대동문 아래 금지줄이 보이니 힘이 난다. 표지판 옆 돌 위에 배낭을 내려놓고 보니 티가 물에 담근 정도다. 건너편에 앉아 있는 이들을 보며 쉬다가 대성문에서 내려가면 11키로니 그렇게 하기로 마음 먹고 일어섰다. 대동문 아래 계곡과 대성문으로 가는 길 모퉁이에 산딸나무가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집 창문 앞 산딸나무는 꽃이 진지 꽤 됐는데.
얼마전 부터 대피소에서 이 방향으로 걸으면 보국문에서 거의 내려갔었다. 그런데 오늘은 힘이 남았고 오랫만에 온 길이라 보고 싶은 풍경이 많았다. 그렇게 이리 보고 저리 보다가 대남문으로 왔고 거기서는 의례 성곽을 따라 문수봉을 올랐고 문수봉에선 당연히 상원봉으로.... 그래서 결국 늘 그렇듯 남장대지를 지나 행궁지로 내려왔다.
올해는 산친구들과 만나지 못해 아쉽다. 만나 놀기 좋은 장소만 물색해 두고 있는데 가을 전에 봤으면 좋겠다.
그런 그리움만 두고 내려오며 월요일에 있을 재검이 신경 쓰였다.
동네 병원에서 한 건진에서 뭔지 잘 모르겠다고 대학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라고 했는데 지금 일산병원에서 예약 확인 메세지가 계속 오고 있다. 답신을 해야 하나?
내 쉼터에 빈 자리가 거의 채워지고 있으니 일어나야겠다.
장마철인데도 폭포에 물이 적다.
계곡에 청둥오리 한 쌍이 노닐고 있다.
저쪽길로 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눈이 좋아지면 가야지 하면서 못 가고 있다.
중성문 아래 계곡. 이젠 밀림이 되었다.
경리청상창지 옆 길
대동문으로 오르는 길. 가파르진 않지만 온통 돌투성이라 걷기 불편하다.
대동문으로 오르는 길의 산딸나무꽃
온몸을 다 적시고 오른 대동문. 금줄이 치워지니 보기 좋다.
칼바위와 형제봉
보국문으로 내려서기 전에 문수봉을 배경으로.... 저 곳까지 가지 않을 줄 알았다.
주능선, 문수봉, 남장대지능선. 가야 할 길들이 앞에 펼쳐졌다.
왼쪽 보현봉은 등산금지 구역인데 풀리면 꼭 가봐야 할 곳이다.
대성문. 처음 계획은 여기서 내려가는 것이었는데....
대남문으로 가는 성곽길에서 본 문수봉
대남문 앞에서 보이는 구기동계곡과 시내
구기동계곡
비봉능선을 배경으로
상원봉에서 본 의상능선
남장대지 앞 바위에서 보이는 삼각산
의상능선. 저 바위들 사이사이에 등산객들이 박혔다.
북한동역사관 앞
원효봉
올라갈 땐 백운대가 보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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