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술

친구들과 술 마시기

PAROM 2011. 11. 14. 14:42

지난 토요일이던 2011.11.12은 고양시 도상총동문회가 파주 심학산에서 열렸고 그 모임이 없었으면 나는 북한산을 한바퀴 돌고 집에서 막걸리를 한 잔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술 마시는 것을 참 좋아한다. 술 마시며 같이 앉아 있는 친구들과 떠들기를 좋아한다. 술이 서너잔 들어가면 듣기보다 말하는 쪽에 속한다. 어느 정도 마시면 취한다 싶은데 거기서 그치지 못하고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마시고 다음날 필름이 끊겨 고생을 한다. 그리고 반드시 찾아오는 벼락, 마누라의 잔소리와 바가지.

 머리가 지끈거리는 다음날이면 이젠 술을 적당히 마셔야지 하면서 술이 완전히 깬 그 다음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술 마실 기회를 노린다. 고치려고 해도 잘 안 된다. 아니 계속 술을 마시기 위해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술을 마시지 않고 친구들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러나 맹숭맹숭하고 속내를 들어내기 어렵다. 내가 만나는 친구들은 모두 두주불사 타입니다. 지금 모임을 하고 있는 청송회 친구들이 그렇고 한마음 친구들이 그렇다. 게다가 국민학교 동창들 또한 그렇다.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은 술을 잘 마시지 않는 친구가 주도하는 바람에 아주 띄엄띄엄 만나고 있다. 더더욱 최근에 모임을 갖기 시작한 집근처의 상가 관리단 또한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재 직장인 학교는 말할 것도 없다.

 이 학교에 온지 11년이 됐고 이제 다음달이면 정년으로 퇴직을 하는데 운동을 시작한 것이 거의 5년 전 쯤일 것이다. 북한산 매주 등산도 2007년 8월인가에 시작을 했으니 엇비슷한 것 같다. 잘 먹고 잘 살기가 우리집 가훈인데 부모님과 조부모님, 외가 모두 고혈압에 중풍으로 돌아가셔서 걱정을 하던 차에 건강도 찾고 체력도 키우기 위해 학교 체육관에서 아침에 한시간 정도씩 걷는 운동 위주로 시작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그 운동을 함으로서 더 술을 잘 마시게 되지 않았나 싶다.

 예전에는 소주를 위주로 마셨는데 작년인가에 아침에 같이 운동을 하는 친한 교수분으로 부터 막걸리를 소개 받고 이제는 막걸리 마니아가 되어 막걸리만 찾고 있다. 

 이제 정년을 하고 난 후인 내년부터는 무슨 핑계로 어떤 용돈으로 술을 마실 수 있을까? 매일매일이 쉬는 날이니 핑게를 대기도 힘들겠다. 나이가 들어 마누라가 잔소리를 하는 것이 싫어서 마누라가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으려 하는데 술마시는 것 만은 그만 둘 수가 없을 것 같다. 술을 그만두면 사회생활이 끝날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이런저런 얘기하며 웃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절대로 포기 못 할 일이다. 차를 마시며 얘기하는 것은 룰에 얽매인 생활이 될 것 같아 부자연스럽다.

 내가 술을 마시고 실수를 많이 했고 집안 식구들에게 불편을 주어 미안한 마음이 있기도 하다. 술을 마시고 지갑도 많이 잃었고, 돈도 엄청나게 잃어버렸고, 집에도 많이 들어가지 못했고, 애들과 마눌에게 귀찮게 한 적도 많다. 술을 배운 1974년 부터 지금까지 37년 동안 얼마나 많은 양의 술을 마셨고 얼마나 많은 돈을 썼으며 얼마나 많은 실수를 했던가? 허나 그보다 그렇게 마신 술로 인해 현재까지 사회생활을 이어왔고 가정을 꾸려 왔으며 앞으로도 사회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마누라는 술을 그만 마시라 하지만 내 친구들, 나와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술을 즐긴다. 이제 직장을 그만 두는데 술까지 그만 두면 내 친구들 중에 누가 나를 보러 올 것인가? 법에 있는 대로 도덕책에 있는대로 식구들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맞지만 술 마신다고 잘못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술 마시고 하는 작은 실수를 보듬고 넘어가는 아량을 마눌과 자식들이 베풀어 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막걸리를 좋아하니 이제 내년부터는 직접 담가 먹어 볼 생각이다. 술을 담가 익을 때 쯤 보고싶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 싶다고 하고 싶다. 그러면 바로 건너 올 친구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술이 떨어질 때까지 마시고 싶다.

 지난 주에 등산을 건너 뛴 이유가 토요일에 동창회에 갔다온 이유도 있었지만 아침마다 하는 운동이 힘에 부쳤는지 무릎이 시큰거려 하루쯤 제끼고 싶었고,마눌이 가지 말라고 엄명을 내린 탓도 있었다. 그러나 토요이리에 술을 많이 마시고 집에 들어온 바람에 산에 다녀와서 막걸리를 한 잔 하지 못 한다는 실망감도 매우 컸었다. 요즘 동네에서 같이 마시고 있는 술친구 덕분에 생기가 돌고 있는데 그 기분을 누가 알랴?

 이번 주에도 목요일에 있을 상가관리단회의 후에 마실 일이 있고 금요일에 학교에서 노조가 주관하는 1박2일 영종도 행사에서 마실 일이 있다. 그보다 내일이면 또 한 잔 하고 싶을 거다.

'친구, 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2 을미회  (0) 2012.09.03
7.28 고양 도상 동문 등산 모임  (0) 2012.07.29
2012.4.29 고양 도상동문회  (0) 2012.04.30
4.14 청송회 등산 모임  (0) 2012.04.15
2012.2.12 술에 대한 생각  (0) 2012.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