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들리지 않던 부고가 요 며칠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연세가 많이 드신 분도 있고 나보다 그리 많지 않은 분들도 있다. 돌아가실 것이라 예상이 되었던 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갑작스럽게 가신 분들도 있어 깜짝 놀라게 한다. 물론 남녀의 구별은 없다. 단지 남자들의 나이가 여자보다 적다는 것은 있다.
요즘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나로선 부음을 들을 때마다 남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 집안에선 내가 가장 우선적인 대상이므로 그럴 것이다. 나이가 제일 많고 남자인 데다가 술 마시지, 담배도 28년 정도 피웠지, 운동도 하지 않지, 성질 자주 내지, 부모님 모두 중풍으로 고생하시다 60대 중반에 돌아가셨으니 나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젊었을 때는 죽음이란 것을 철학적으로만 생각하고 남에게나 일어나는 일로 알았다. 그러나 이제는 아주 친숙한 존재로 다가왔고, 자주 생각하게 되었는데 희한한 것은 죽음이란 것이 그리 두렵지만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가까워지니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죽음이란 그저 망각이고 원래 없었던 삶이니 본래로 돌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나와 가까이 있던 사람들의 생활이 궁긍하고 나로 하여금 힘이나 더 들게하지 않았으면 한다.
전에는 내 삶의 흔적에 대한 생각이 컸었다. 지금도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제 자식들이 독립할 시기가 되니 그저 그런가보다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도 남들보다 애착이 가긴 하지만 스스로 자신들의 삶을 꾸려 나가야하기 때문에 내가 도와 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기록에 집착을 보였었다. 다시 들춰 볼 일이 없고 어느 누구도 볼 생각이 없는 기록들을 말이다. 그것에 많은 시간과 돈과 노력을 쏟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리석은 일이었다고 볼 밖에........ 그래도 아직 전에 만들어 놓은 기록들을 보기 쉽게 다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가끔 생각한다. 아마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집안에 있게 되는 시간이 많게 되면 한번 하리라 다짐한다.
우주의 생성 이후 계속된 진화의 과정에서 태어난 생명들이 언젠가는 소멸되는 과정에서 시일을 정해 놓고 죽음을 바라보게 되는 불행한 모습을 보지 않아서 다행이다. 내가 죽는 날을 모르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죽는 날을 안다면 세상일이 참 복잡해질 것이다.
종교는 믿지 않으니 내세란 것을 믿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마음이 약해 질 때엔 가끔 절대자에게 의지하고 싶지만 없는 존재에 어떻게 의지를 할 것인가. 그저 스스로 최선을 다해 해결하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스스로 삶과 현상들에 대한 의문을 파헤치고 깨달음을 얻는 종교(?)가 참 마음에 든다. 그리고 그곳에 가면 그저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도 있고.
정년퇴직을 하기 전까지 아니 아직까지도 산다는 것에 대해 애착을 갖고 남들과 많은 희노애락을 겪었다. 가족들에게 더 잘 해줘야 할 많은 것들을 해주지 못한 아쉬움도 크다. 집에선 가족에게 애틋하고, 다정다감하고, 친절하고, 돈도 잘 벌어다주고, 힘도 세고, 위해 주고, 도와 주기를 바랐지만 전혀 그렇지 못했다. 앞으로라도 그러라는데 그러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저 이제까지 살아온 방식대로 살아가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바꾸기 힘들 것이다.
지금까지 나를 있게 해 온 주변에 대해 그냥 해온 방식대로 하되 이제는 급하지 않게 하나씩 제일 하고 싶은 일부터 하면서 살았으면 한다. 가장 하고 싶은 것은 경치 좋은 곳에서 좋은 술과 안주를 마련해 놓고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막걸리 한 잔 마시는 것인데 희망사항일 뿐이고 그저 마시고 싶은 때 같이 마셔줄 친구와 돈만 있어도 좋겠다. 그리고 여행도 즐기고 싶다.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텐트를 가지고 다니며 노는 여행도 하고 싶다. 여행 중에 마음에 드는 곳에서 낚시도 하고 천렵도 하고, 산 속에서 새소리도 듣고 싶다. 마음에 맞는 친구가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가족과 함께라도 좋겠다. 먹고 싶은 맛있는 음식도 있으면 좋겠다. 거기에 좋은 음악이 있으면 더욱 좋겠다.
그렇게 여유있게 즐기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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