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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 대피소 - 보국문

이제 연식이 꽤 되니 건강이 제일 신경 쓰인다. 남의 도움이 있어야 사는 삶은 싫다. 그래서 산에도 헬스장에도 열심히 다니고 있다. 며칠 전 혈압약을 받으러 병원에 갔는데 지난번 건진에서 빈혈이 나왔다며 남자에게 빈혈은 나쁜 징조일 수 있단다. 그래서 다시 피 검사를 했고 다음날인 그저께 정상이란 통보를 받으니 세상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그 좋은 세상의 햇살도 주식시장이 죽을 쑤는 바람에 하루도 못 가서 사라졌다. 어찌보면 인생 자체가 제로썸인 듯 하다. 밤새 여러번을 깼다. 기억 나지 않는 꿈의 찜찜한 여운에 새벽 두 시 이후에는 잠에 들지 못했다. 컨디션이 좋을 리가 없다. 하지만 산에는 가야겠다. 안 가면 더 피곤할 것이니까. 이불에서 벗어나 등산할 복장을 갖추며 일기예보 부터 봤다. 여섯 시에 ..

등산 2024.03.17

3. 9 행궁지 - 대성문

요즘 하는 일도 없이 점점 더 바빠지고 있다. 발을 담은 일이 많아서 그런가? 여유를 갖고 싶어 비행기표를 밤 마다 뒤지고 있다. 하나 걸리면 바로 떠날 생각이다. 오랜만에 할 배낭여행에 겁도 나고 갈 곳도 많아졌다. 코로나 때문에 비었던 시간이 무척 아쉽다. 이제 막상 다시 가려니 물가도 많이 올랐고 언어도 잊었고 체력도 떨어졌다. 더 힘들어지기 전에 다녀와야겠다. 이틀을 내리 손주들 보러 안산에 다녀와서 피곤했는데도 산을 빼먹기는 싫다. 요 며칠 오른쪽 종아리가 땡기는 듯 했지만 내손마사지로 달래고 전과 같은 시간에 배낭을 꾸렸다. 그런데 영하 5도다. 봄날에 왠 추위지? 낮엔 6도까지 오른다니 지난주와 같은 복장에 모자만 바꿨다. 배낭을 챙기고 보니 아이젠 쇠줄 끊어진 것을 고치지 않았다. 새 것을..

등산 2024.03.10

3. 2 보국문 - 대피소, 눈비돌 만남

며칠 전 부터 집에 와 난장판을 벌인 손주 녀석들이 떠나고 다시 평온을 찾아 하루를 분주히 보냈다. 그리고 맞이한 새 하루. 꿈이 잠을 자꾸 깨워 뒤척이게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있으니 더 자면 안된다 싶어 눈을 비비고 일어난다. 벌써 올해의 1/6이 지났다(올해는 윤년이고 오늘이 3월 2일이니 366일 중 62일째다. 이 계산이 맞는지 한참 계산했다.) 이제 다리가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생각에 제대로 걸어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일기예보를 보니 현재 기온이 영하 10도다. 단단히 준비를 하고 산에 가야 한다. 그러나 배낭엔 벙어리장갑 하나만 더 넣었고 나머진 지난주와 같다. 겨울이 완전히 가기 전에 한두 번의 추위가 더 남았을테니 봄차림을 하기엔 이르다. 추운데서 먹기 편하게 늘 가져가던 샌드위치 대신..

등산 2024.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