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날이라 그런지 등산객들도 별로 없고 산이 좀 황량하게 느껴졌다. 차례 음식 만들지 않고 도망 나와서 더 그리 느껴졌나? 아들 식구들이 일찍 집에 온다고 했으니 손주들 보러 집에 빨리 가야겠다. 오늘 산에 오기 위해 내일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어제 다 했다. 아내는 산에 가는 것이 못마땅해 하지만 막지는 않는다. 궁시렁궁시렁 해서 전을 부치고 산엔 이삼 일 후에 가겠다고 하니 걸리적 거리지 말고 나가란다. 하긴 내가 명절에 할 일은 전 부치는 것이 다다. 게다가 이번에 전도 조금만 할 것이니 더 내 존재감이 떨어졌다. 그러니 산으로 올 밖에. 못마땅해 하면서도 샌드위치 속재료를 어느새 다 만들고 녹차도 뜨겁게 담아 놨다. 늘 그렇듯 아침을 먹고 배낭을 꾸리고 집을 나서는데 지갑, 핸펀 등을 챙겼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