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에서 배고픔을 느낀 적이 거의 없었는데 하산 중에 갑자기 허기가 몰려와 당혹했던 날이었다. 요즘 기온이 아침마다 영하 11도를 찍고 있다. 삼한사온이란 말도 이젠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예전과 사뭇 달라진 날씨지만 살다보니 이런 기온 변화에도 적응이 되었다. 겨울 들어 배낭에 넣어 다니는 물품이 극히 제한되었는데 체력을 감안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750미리 보온병에 담은 온수와 컵라면, 작은 물병 하나만 새로 넣고 배낭을 닫는다. 여느때처럼 탄현역에서 7시 48분에 출발하는 전철을 타고 산으로 갔다. 이 시간에는 전철과 버스 모두 승객이 적어서 좋다. 더불어 산도 붐비지 않는다. 계곡으로 들어가며 이어폰을 끼려다가 말았다. 어떤 새인지가 지저기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멈..